[성명서]

버림받은 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실을 개탄한다!

-정부와 농협은 농민의 죽음을 막을 특단의 쌀대책을 즉각 제시하라-

10월 8일(월) 안성시 미양면의 L농민(1933년 생, 69세)이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수매거부에 분노하며 저항하다 결국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는 개탄스런 일이 발생하였다. 땅에 순종하며 한평생을 바쳐온 농민이 결국은 버림받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몸서리 처지는 현실에 우리는 분노와 절규를 금할 수 없으며, 정부와 농협이 특단의 쌀대책을 즉각 제시하지 않는다면 농민의 헛된 죽음은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강력히 경고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L농민은 미양농협에서 수매가 안되자 안성시 K곡산에서 순번을 받아 10월 8일 쌀매입에 응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등급판정 과정에서 이물질이 섞여 있다며 수매를 거부하자, 쌀을 도로에 뿌리며 강하게 항의했다는 것이다. 결국 같은날 저녁 6시경 근처 농약상에서 구입한 농약을 마시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10시 35분에 끝내 숨지고 말았다.

이날 K곡산의 수매거부는 L농민에 한정되지 않았다. 다른 농민들도 똑같이 수매거부를 당했고, 벼를 도로에 뿌리며 강하게 항의해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L농민을 평소 잘아는 한 농민은 “앵미(겉이 붉고 질이 낮은 쌀)란 주장은 가당치 않으며 누구보다 농사를 잘 지었고 그날 출하한 쌀도 하자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며 안성지역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 동안 정부는 쌀문제의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농민에게 전가해 왔고, 농민의 절규는 무시한채 ‘쌀자급포기’, ‘시가수매’ 운운하며 현재의 쌀시장 불안을 조장해온 장본인이다.

농협도 이번 사태의 원죄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쌀재고를 처리 못해 여론을 호도하며 쌀값하락을 조장한 주범임에도, 쌀가격을 올려주면 마치 조합이 당장 망할 것처럼 농민조합원을 협박해 왔다. 농협중앙회의 반농민적 작태는 10월 5일의 “긴급지시문”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된 바 있다.

다시한번 밝히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농협에 있다. 정부와 농협은 이번 사태의 진상을 조속히 파악하는 한편, 쌀시장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세울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농민의 정당하고 절박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450만 농민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2001년 10월 9일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경기도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