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경제신문에 쌀도 세일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최근 쌀 소비가 부진하자 할인점들이 쌀소비 캠페인에 나섰다는 것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4월 14일부터 25일까지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쌀을 2만 5500원에서 1만 9800원으로 22.4% 할인 판매 한다고 했다. 앞으로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할인행사를 수시로 열 계획이라고 한다. 롯데마트도 25일까지 김제농협 청결미 (20kg)를 정상가보다 3000원 싼 4만 500원에 팔겠다고 한다. LG마트도, 그랜드마트도, 킴스클럽도 비슷한 시기와 기간동안 쌀을 할인 판매한다는 것에 농업계가 고마워해야 할 것인가?

쌀값 떨어지면 소비가 는다?

필자의 첫번째 의문은 '쌀을 할인 판매하면 정말 쌀 소비가 늘 것인가?'하는 점이다. 쌀 소비가 늘지 않는다면 가격만 떨어뜨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어선다. 쌀을 싸게 샀다고 해서 안먹던 아침밥을 먹게되는 것도 아닐테고, 습관대로 먹던 양에서 더 많이 먹게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과일이나 야채처럼 2,3일 안에 먹어치워야 하는 신선 농산물도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쌀을 조금 싸게 샀다고 해서 쌀을 더 먹을 것 같지는 않은데 유통의 대가들인 할인점 운영자들이 쌀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할인 판매를 한다고 한다. 설사 조금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가격하락 분을 보충할 수 있을까? 오히려 몇 푼 아니지만 할인가격에 사기 위해 쌀이 떨어져도 구입을 미루는 동안 쌀 소비가 덜 되지는 않을까?

판매가 차액, 결국 농민부담

필자의 두 번째 의문은 '할인 판매가격의 차액은 누가 부담하는가?' 하는 점이다. 쌀 시장은 이미 농협 RPC, 민간 RPC 가릴 것 없이 제 살 깎아먹기 시장이 된지 오래다.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RPC가 한둘이 아니다. 소비는 급격하게 주는 데 생산은 줄지 않아 재고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면 재고를 빨리 떠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농민들의 수매요구를 물리칠 수가 없는 지역의 농협들 중에서는 판매능력을 휠씬 초과하는 물량을 수매하기도 한다. 수매자금에는 계속이자가 붙고, 감모도 점점 커지고, 관리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팔아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구매가격에다 조곡을 내다 팔기도 한다.

쌀을 대량 구매하는 할인마트는 농협이나 민간 RPC업자에게는 '하늘'과 같은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불평등한 구조아래서 할인된 가격차액을 할인마트와 납품 RPC가 '공정한비율'로 분담 할 수 있을까? 할인가격의 대부분을 납품업자가 부담한다면 이미 제 살을 깎고 있는 납품업자는 어디서 그 할인가격을 '벌충'할 수 있을까? 결국에는 농민들로부터 벼를 더 싸게 사겠다고 다짐하지 않을까?

쌀값만 끌어내리는 건 아닌지

쌀 소비는 지금 엄청난 속도로 줄고 있다. 최근 5년 동안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을 보면, 98년 99.2KG, 99년 96,9KG, 2000년 93,6KG, 2001년 88.9KG, 2002년 87.0KG으로 매년 3KG이상 줄고 있다. 감소율로 따지면 매년 4%이상 줄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2001년도 1인당 쌀 소비량은 63.6KG인테도 매년 1KG내외가 줄고 있으며, 대만의 소비량은 50.1KG인데도 매년 1~2KG씩 줄고 있다. 국민소득이 늘고, 생활문화가 바뀌면서 쌀의 소비는 줄어 들고 있는 것이다.

쌀소비 감소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소비는 주는데 공급이 줄지 않으면 가격이 떨어지게 마련이지만, 대형유통업체들이 그들의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불쌍한' RPC업자들 압박하여 앞장서 쌀값을 끌어내리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한농연 정책연구소장 이헌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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